안도다다오 강연 후기 <꿈을 향해 달려라!>


Year: 2023
Type: Essay


건축 아이돌 안도다다오가 강연을 위해 서울대학교 문화관에 방문하였다. 무림 고수 안도다다오는 내게 전투적인 태세로 설계를 하는 법을 알려준 은인이다. 그러나 죄송하게도 나는 강연 내용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미 책으로 그의 생각을 많이 접해왔었던 것도 있겠지만, 이 시대에 얼마나 유효한 질문들을 던질지는 솔직히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총으로 싸우는 이 시대에 맨주먹으로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안도다다오를 직접 만나는 것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안도다다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할 생각이었다. 분명히 나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길(어쩌면 반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러한 느슨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강연에 30분 정도 지각했다. 강연장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스태프들은 이미 강연이 시작되었고 자리가 만석이기 때문에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작별인사는 커녕 얼굴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내가 입장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자리가 만석이 될 수 있지? 매우 상식적인 의문이 들었지만, 거짓말쟁이 스태프들은 그저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정말 논리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천사같은 스태프 한 분이 대다수의 스태프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나를 강연장에 들여보내 주셨다. 흥미롭게도 자리가 만석이고 서서 볼 자리도 없다던 스태프들의 말과 다르게, 중간중간 빈자리가 있었고 나는 1층 앞자리에 앉아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안도다다오 역시 강연에 지각하였고, 덕분에 나도 강연 초반부터 참석해 들을 수 있었다. 안도다다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유쾌하신 분이셨다. 또한 ‘안 되면 되게 하라, 일단 해보자!’라는 태도를 몸소 실천하고 증명하시는 분이셨다. 벚나무를 심는 일부터,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 앞 도로를 없애버리자는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공무원이 안 된다고 하면 그 윗선, 시장, 총리까지 연락해서 실현시켜버렸다…🫠 '오늘 강연장 입장 사건'과 비슷하게 사실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일단 들이받아보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친구와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유한 게임이 주어진 룰에서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라면(시험 등), 무한 게임은 룰을 파괴하고 새로 만들며 진행되는 끝나지 않는 게임(인생, 사업 등)이다. 무한 게임의 고수 안도의 강연을 들으며 여전히 내게 깨달음을 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만 논리가 쓸모없어지는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가? 구체적인 설득 과정이 궁금했지만 따로 언급하시지는 않으셨다. 스파링하듯 건축을 하면 될까? 그러나 안도다다오는 복싱 링이라는 틀을 벗어난 무한 게임의 플레이어다.

그 외에 흥미로웠던 내용을 뽑아보았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인 성격상 남들이 못 한다고 하면 더 열심히 하는 그런 성격이 있습니다."
”누군가 한 발 먼저 앞장서서 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인생 재밌게 사시려면 절대로 안심하면 안 됩니다!”
“실패하면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됩니다."

현재 안도다다오는 만 81세이다. 큰 수술도 여러 번 거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체력 관리를 강조하셨는데, 최근 들어 굉장히 공감되는 편이다. 앞으로 재미있게 살려면 안심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쉽지만 아마 이번 안도다다오와의 만남이 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지 않을까?

또한 우리는 점점 더 과거의 지식이 빠르게 낡아가고, 그 지식이 오늘날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건축이나 발자취가 앞으로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멈추지 않는 그의 열정은 당분간 계속 영감을 주게 될 것 같다. (정말로?) (그렇다고 예전처럼 몸을 버려가며 건축을 할 생각은 없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평가를?) (사실 열심히 보다는 똑똑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일단 뛰어든다고 되나? 생각을 하고 뛰어들어야..) 중얼중얼...아무튼 안녕

그나저나 나의 첫 반려로봇의 이름은 안도다다오가 될 예정이다(!) 🤖

JIYONG 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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